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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아파트 화재 ‘비극’ 반복될까…아파트 3분의 2 스프링클러 미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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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07 10:53:43   폰트크기 변경      
1990년부터 스프링클러 의무화

20년 넘은 560만 아파트 ‘위험’
지난 3년간 화재로 108명 숨져
“사각지대 아파트 정책 지원 절실”


지난달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최근 호텔이나 지하주차장 등에서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초기 화재 진압을 돕는 스프링클러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아파트가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아파트 화재로 100명 이상이 숨졌음에도 기초 진화 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3년(2021년~2023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 전수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소방청으로부터 93건 사고의 화재현장조사서를 제출받아 분석했다.

조사서에 따르면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최근 3년간 △사망 108명ㆍ부상 88명 △재산 피해 29억4200만원이 발생했다. 아파트 화재로 매달 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사망 원인은 △질식사 50% △소사 44% △추락사 6%였다. 부상자는 대부분 연기흡입(68%)이며, 나머지는 화상(10%)이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대피하지 못하고 화점 층에서 숨지고, 화점 층이 아닌 곳에서 사망한 경우는 대피 중 계단실ㆍ복도에서 질식사하거나 대피로가 막혀 추락사했다. 하층부에서 발견된 부상자는 탈출로 확보가 되지 않아 추락한 경우가 많았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단지는 전국 4만4208개 단지 중에 1만5388곳으로 전체의 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 층 설치된 아파트가 1만391곳, 16층 이상 설치된 단지가 4997곳이었다. 미설치된 단지는 2만8820곳으로 무려 65%에 달했다.

미설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이전에 건축된 아파트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파트를 비롯한 6층 이상 건물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 법은 2018년 강화된 것으로 1990년 이전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이 없었다.

강화된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비용 문제와 천장고가 낮은 노후아파트 특성상 준공 이후에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도 1997년 준공돼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화재 사망사고가 난 아파트는 1990년대에 사용 승인된 아파트가 48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사망자는 1990년대 사용 승인된 아파트가 54명(50%)으로 가장 많지만 부상자는 2000년대 사용 승인된 아파트가 49명(56%)으로 가장 많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20년 이상∼30년 미만 아파트는 387만 가구, 30년 이상 아파트는 173만 가구로 대략 560만 가구에 달한다.

이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이전에 건축된 아파트는 여전히 화재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운하 의원은 “법 개정되기 이전에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채로 건설된 아파트에 대해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탈출로인 계단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수많은 사상자를 남긴 밀양 세종병원 화재, 부천 숙박업소 화재는 건축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청라의 한 아파트 화재,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건축물의 스프링클러가 있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많은 피해를 남겼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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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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