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돼 있는 송전탑./사진:신보훈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 구축 지연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누적된 부채로 전력망 구축에 투입되는 예산은 매년 1조원 이상 부족하고, 이 때문에 준공도 5~10년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7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36년까지 송변전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매년 3조8000억원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지만, 2020~2023년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연 2조원 내외에 불과했다. 한국전력은 송변전망 건설 예산으로 △2020년 1조9671억원 △2021년 1조7486억원 △2022년 1조7236억원을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2조2350억원을 사용했다.
예산 집행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한전의 적자 때문이다. 연결기준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송전선로 건설지연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지고 있다. ‘154kV 정촌분기’, ‘154kV 고령-구지’ 사업은 각각 66개월, 61개월 늦어졌고, ‘154kV 서마산 분기(지중)’는 146개월, ‘345kV 북당진–신탕정’ 사업은 150개월 지연됐다.
더불어 지중화사업도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현재 송전선로 지중화율은 14.5%로, 2019년 12.5% 대비 2.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송전망 지중화는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가공선로 공사 대비 최대 10배나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송전망 건설이 늦어지면서 발전제약은 늘어나는 추세다. 동해안 지역의 발전제약량은 2019년 1537GWh에서 지난해 10만804GWh로 급증했다. 서해안 지역 또한 2019년 2만822GWh에서 지난해 3만3822GWh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전력기금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해 전력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대안은 전력기금의 활용이다. 전기료와 함께 부과되는 전력기금은 올해부터 부과 요율이 3.7%에서 3.2%로 인하된 바 있다. 내년 7월에는 이 요율이 2.7%로 내려가지만, 매년 2조원 이상 걷히고 있는 만큼 자금 투입 여력이 충분하다.
이언주 의원은 “한전의 송변전망 건설 예산 집행이 장기 송변전비계획상 투자비에 못 미치고 있다. 전력망 예산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한계기업인 한전의 재무정상화 외에 다른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력기금의 여유자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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