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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가전부문, 수요 부진ㆍ해상 운임 등 수익성 고전
구독ㆍ전장 등 신사업, 매출ㆍ수익 모두 성장성 입증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LG전자의 가전사업은 ‘트레이드 마크’를 넘어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영체제(OS)의 축이 돼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심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올해 3분기 LG전자 실적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줬다. 신사업의 성장세에도 불구, 전통적인 주력사업인 가전부문은 주요 시장의 더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부진과 해상운임 폭등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고전했다. 〈편집자주〉
LG전자는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내고도 웃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LG전자는 3분기 매출 22조1769억원, 영업이익 7511억원의 잠정실적을 내놨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9% 줄었다. LG전자가 가전 의존도를 낮추고 △가전 구독 △웹OS 플랫폼 △칠러 △냉난방공조 등 신성장동력에 집중해오면서, 증권가는 조 단위 영업익을 예상했지만 실제 성적은 이에 못미쳤다.
그러나 실적을 자세히 뜯어보면 LG전자가 추진하는 사업 체질개선 전략이 순항하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난다. 실제 사업방식과 사업모델 변화, 기업간거래(B2B) 사업 가속화를 통해 전사 매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매출만 보면 그간의 상고하저 패턴에서 벗어났다. LG전자 측은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LG전자의 성장동력인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매출 2조6919억원, 영업이익 817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장사업은 그동안 확보해 온 수주잔고를 매출로 이어가는 추세다. 수주잔고는 작년 말 93조원으로, 올해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는 LG전자의 전장사업 올 3분기 매출이 2조원대 후반~3조원대 초반, 영업이익은 900억~1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했다.
전장사업은 2022년 첫 흑자전환했다. KB증권에 따르면 LG전자의 전체 사업 중 B2B 매출 비중이 지난해 35%에서 올해 40%, 내년 45%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 측은 “전장사업은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다소 영향을 받고 있지만, 100조원 수준 수주 물량의 차질 없는 공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2년 연속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가전 1위를 수성한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은 하반기 들어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해상운임이 상승한 데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캐시카우인 생활가전(H&A)에서 8조원 수준의 매출을 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컨테이너당 해상운임이 지난해 동기 대비 58%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LG전자는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가전사업을 플랫폼화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판매방식을 구독으로 바꿔나갈 뿐 아니라 웹O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광고ㆍ콘텐츠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8500억원이었던 LG전자의 구독사업 매출은 지난해 25% 성장한 1조134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60% 성장한 1조80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베스트샵에서 정수기를 제외한 대형가전 구매 고객 중 35% 이상이 구독을 선택한다”면서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으로 구독사업을 늘리고 있어 추가 수익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밸류업’ 중인 LG전자 주가는 지난 8일 전일 대비 5.50% 하락한 9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9일(9만9700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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