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 “미정산 사태, 발생한 뒤 알았다”… 혐의 부인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몬ㆍ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태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가 10일 구속 갈림길에 섰다.
티몬ㆍ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ㆍ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구 대표에 대해 영장심사에 나섰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차례로 영장심사를 받는다.
구 대표는 자금 경색으로 물품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류광진ㆍ류화현 대표 등과 공모해 판매자들을 속이고 돌려막기식 영업을 이어가며 1조5950억원 상당의 판매 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티몬ㆍ위메프의 상품을 큐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게 하는 일감 몰아주기식 경영을 통해 티몬에 603억여원, 위메프에 89억여원의 손해를 입히고, 북미ㆍ유럽 기반 온라인 쇼핑플랫폼인 ‘위시’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ㆍ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에 여러 차례 실패하자 큐텐의 존속과 큐익스프레스의 매출 증대를 위해 자본 잠식 상태에 있던 위메프, 티몬 등을 인수한 뒤 소위 ‘쥐어짜는 방식’으로 큐텐의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가 류화현 대표 등과 공모해 재무회계ㆍ컨설팅 비용으로 가장한 자금을 큐텐으로 유출하는 방식으로 티몬ㆍ위메프의 판매 정산대금과 수익금 등 모두 121억여원을 횡령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구 대표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1조5000억원이 넘는 정산대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미정산 사태 가능성을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사건 발생하고 (인지했다)”고 답변했다. 1조5000억원대 정산대금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구 대표는 2년 전에 이미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도 미정산 금액을 10분의 1 이상 축소해 금융감독원에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피해 변제 계획에 대해서도 그는 “한 번 더 피해자들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오늘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구 대표 등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밤늦게 나올 전망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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