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력구 공사 잇단 발주에…경쟁입찰로 시공사 찾기 난항
실행 맞추기 힘든 공사, 재공고 의미 없다고 판단한 듯
TBM 단기구간 공사비 조정 등 대안 마련
그래픽:은설희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한국전력이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대상 전력구 공사 중 유찰이 반복되는 공사에 대해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구 공사가 대거 발주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한전이 종심제 전력구 건설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올해 유독 전력구 공사가 대거 몰린 데다, 단기간에 장비 확충도 어려운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추정가격 658억원 규모의 ‘신강서-세산 3차’ 전력구 공사에 대한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쉴드 TBM(터널보링머신) 1구간 1650m, 2구간 1901m 규모의 해당 공사는 최초공고에서 유찰됐고, 재공고에서 GS건설이 단독응찰해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 3차 공고 여부를 검토하던 한전은 수의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GS건설과 진행해 현재 6차 수의시담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정가격 324억원 규모의 ‘동해안변환소#1 AC배후계통연결 전력구공사’도 수의계약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사는 1ㆍ2차 공고에서 유찰됐고, 3차 공고에서는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마감 때 3개사만 신청하는 등 흥행이 부진했다. 공사 구간이 쉴드TBM 443m로 짧고, 세그먼트 내경 4500㎜짜리 비규격 장비가 적용돼 공사 실행을 맞추기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4500㎜ TBM 장비는 국내에 한 대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공고에서도 유찰이 발생하면 발주처 판단에 따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그동안 종심제 전력구 공사에서 수의계약 사례가 없어 한전의 선택이 주목받는 상황이었다”라며, “3차, 4차 재공고를 반복해도 경쟁입찰로는 사업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전은 전력구 공사 유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TBM 공사 구간이 1㎞ 미만인 소규모 공사는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공사비를 현실화하기로 했다. 또한, 유찰이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해선 경쟁입찰을 고집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망 구축의 시급성을 대비한 조치다.
향후 진행되는 입찰에서도 수의계약이 늘어날 수 있다. 추정가격 863억원의 ‘용인-화성지역 전력구공사(신기흥분기)’의 경우 최초공고에서 응찰사 전원 예정가격 초과로 유찰된 뒤 재공고 입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해당 공사 역시 비규격 TBM 장비인 3800㎜ 구간 141m가 포함돼 있어 실행률을 맞추기 까다롭다. 공사비 조정이 안 된다면 유찰 전환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전력구 공사 적기 준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향후 입찰 과정을 살핀 뒤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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