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몬ㆍ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태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를 비롯해 티몬ㆍ위메프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구 대표 등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남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사진: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ㆍ횡령ㆍ배임)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구 대표에 대해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몬ㆍ위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의 자금 이동 및 비용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 보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수사 경위나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고려했을 때 구 대표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적다는 게 신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신 부장판사는 류광진ㆍ류화현 대표에 대해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 기업집단 내에서의 위치와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고려했을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기본적으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일 뿐, 유무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이 구속영장 발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는 만큼, 법원의 영장 기각에 따라 검찰은 수사 방향을 다소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구 대표 등에 대한 신병 확보와 함께 큐텐그룹 내 재무 흐름을 가장 잘 아는 ‘키맨’으로 알려진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전무), 김효종 큐텐테크놀로지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구 대표는 자금 경색으로 물품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류광진ㆍ류화현 대표 등과 공모해 판매자들을 속이고 돌려막기식 영업을 이어가며 1조5950억원 상당의 판매 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티몬ㆍ위메프의 상품을 큐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게 하는 일감 몰아주기식 경영을 통해 티몬에 603억여원, 위메프에 89억여원의 손해를 입히고, 북미ㆍ유럽 기반 온라인 쇼핑플랫폼인 ‘위시’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ㆍ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에 여러 차례 실패하자 큐텐의 존속과 큐익스프레스의 매출 증대를 위해 자본 잠식 상태에 있던 위메프, 티몬 등을 인수한 뒤 소위 ‘쥐어짜는 방식’으로 큐텐의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가 류화현 대표 등과 공모해 재무회계ㆍ컨설팅 비용으로 가장한 자금을 큐텐으로 유출하는 방식으로 티몬ㆍ위메프의 판매 정산대금과 수익금 등 모두 121억여원을 횡령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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