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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끼고 집 팔았다 보증금 대신 물어준 집주인… 대법 “공인중개사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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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13 10:43:08   폰트크기 변경      
“공인중개사가 제대로 설명 안했다” 소송… 1심 패소→ 2심 승소

대법 “공인중개사, 채무인수 법적 성격까지 확인ㆍ설명할 의무 없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법적인 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집을 팔았다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게 된 집주인이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ㆍ확인해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집주인이었던 A씨가 공인중개사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B씨의 중개를 통해 2020년 5월 울산 중구의 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C씨에게 팔았다. 당시 A씨는 한국에너지공단과 보증금 2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A씨는 보증금 채무는 C씨에게 넘기는 대신 나머지 8000만원만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씨가 임차인인 공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인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보니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 채무를 매수인에게 넘기고 책임을 면제받으려면(면책적 인수)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C씨는 공단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오히려 아파트를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돈을 빌렸고, 결국 아파트는 경매에 넘어갔다. 공단은 전세금보장신용보험에 따라 보험사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았고, 보험사는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내 2억원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A씨는 “아파트 거래 과정에서 임차인을 참여시켜 면책적 채무인수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해 손해를 입게 됐다”며 B씨와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인중개사법 제30조 1항은 공인중개사가 고의ㆍ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피고 B씨가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도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에서 당연히 벗어날 수 없다는 법적 효과까지 고지하는 것이 중개행위의 범주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A씨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가 ‘공단의 동의가 없을 경우 C씨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할 수 없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정확한 설명 없이 매매계약을 중개해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사무”라며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ㆍ확인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조사ㆍ확인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중개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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