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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뒤흔든 한강신드롬… 英선 한글원서도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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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13 16:12:34   폰트크기 변경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외 서점가 ‘품절행진’ 이어져
교보문고 등서 30만부 넘게 팔려
온라인서점 ‘톱 10’ 한강 책으로
외신 “K문학 저력 알린 대형사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한강 신드롬’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 한강의 국내 도서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13일 서점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설가인 한강(53)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 서점가에서는 ‘품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국내 주요 서점 3곳에서는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 작가의 책이 30만부 넘게 팔렸다.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도 한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교보문고 온라인 일간 베스트 ‘톱 10’은 모두 한 작가의 작품이 차지했다. 예스24 역시 대부분 한 작가의 책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영국 런던의 한 대형 서점은 특별 코너를 마련해 한 작가의 책들을 한글 ‘원서’로 배치했는데, 만 하루 만에 거의 동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 작가를 선정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아시아 여성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자,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다.

한 작가는 수상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며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영감을 줬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의 수상은 이른바 ‘K-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 역시 한 작가의 수상에 대해 “세계에서 ‘K-문학’의 저력을 확인시켜 준 대형 사건”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 사진: 연합뉴스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한 작가는 서울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 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2007년작인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이 작품은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16년 세계적 권위의 영국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우리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ㆍ공쿠르상(프랑스)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특히 한 작가는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ㆍ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 대표적이다.

‘소년이 온다’는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를 담아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오롯이 드러냈다.

이미 국내에서는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고, 해외에서도 부커상을 비롯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등을 받으며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등으로 유명한 한승원 작가가 그의 부친이다. 이들 부녀는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2대가 수상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아울러 그는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내놨다.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매년 12월10일에 열린다. 문학상을 비롯해 물리학ㆍ화학ㆍ생리의학ㆍ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000만원)가 주어진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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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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