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가운데 14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의 경의선 도로 위 구조물 인근에 흙더미(붉은원)가 쌓여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의 단절과 군사분계선(MDL) 일대 요새화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며 폭파 착수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경의선ㆍ동해선 등에서의 ‘보여주기식 폭파’뿐 아니라 우주발사체 발사, 작은 도발 등을 감행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소규모 도발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포 사격 등이 거론된다. 이 실장은 북한의 서해 NLL 인근 해안포에 대해 “내부 공기 정화 등을 위해 가끔 열어두곤 한다”면서도 포문 개방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어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인민군 총참모부는 남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국경선 인근 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총참모부는 지난 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했다.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정원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고, 각종 작전보장사업을 완료”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실장은 “군이 ‘선 조치, 후 보고’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들은 하달돼 있다”며 “북한이 도발하게 되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같은 날 유엔사-북한군 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10월 9일부터 남쪽 국경선 일대에 우리 측 지역에서 대한민국과 연결됐던 동ㆍ서부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군은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며 “귀측은 필요한 대책을 책임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작년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과 가로등 제거, 철로 제거,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해왔다.
남북 연결 육로에는 철도 및 도로인 동해선과 경의선, 화살머리고지 및 공동경비구역(JSA) 통로 등이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이어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으며,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과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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