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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마비’ 피했다… “재판관 6명으로 사건 심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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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14 17:59:56   폰트크기 변경      
이진숙 방통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심리 정족수 부족에 따른 탄핵심판 정지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헌재는 이종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이영진ㆍ김기영 재판관 등 3명이 퇴임한 뒤 재판관 9명 중 6명만 남더라도 사건 심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 : 대한경제 DB


헌재는 14일 이 위원장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7일 이 소장과 이영진ㆍ김기영 재판관 등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 3명이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인데도 선출권자인 국회는 재판관 추천 방식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남은 재판관 6명으로는 사건 심리가 불가능해져 헌재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 특히 민주당이 이 위원장 등 탄핵소추를 당한 공직자의 직무 정지를 이어가기 위해 헌재를 멈춰 세우려고 의도적으로 재판관 인선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지난 11일 본안 사건인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심리 정족수 미달로 탄핵심판이 열리지 못하고 무기한 직무 정지 상태에 놓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이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임기 만료에 따라 재판관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의 효력이 정지된다고 본 것이다. 효력 정지 기간은 이 위원장이 낸 헌법소원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다.

헌재는 우선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이 신청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본안 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고, 3명의 재판관이 오는 17일 퇴임하면 기본권 침해 발생이 확실히 예측된다”며 이 위원장이 낸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이 적법하다고 봤다.

게다가 재판관 공석 사태로 탄핵심판 사건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 장기화에 따라 방통위원장 업무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헌재는 “보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본안 심판에서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이 같은 절차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신청인의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놨다.

특히 “전원재판부에 계속 중인 다른 사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재판관 궐위로 인한 불이익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헌재는 “임기제 하에서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7명의 심리 정족수에 대한 직무대행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도 전무한 만큼,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이 위헌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 경우가 문제되는 것이고, 신청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바도 이와 같다”며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중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 적용되는 부분에 한해 그 효력을 정지함이 상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가처분 신청 인용은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탄핵 결정 등을 위한 ‘의결 정족수’가 아니라 사건 심리를 위한 ‘심리 정족수’에 국한된다. 만약 재판관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면 헌재 운영에 파행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가처분 신청 인용 직후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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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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