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공사ㆍ벽체 보강 공사로 안전성↑
"주택리모델링사업, 신규 주택공급에도 효과적"
15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잠실루벤더샵) 외관.(사진 : 최중현 기자) |
[대한경제=최중현 기자]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아파트 구조보다 기초 공사와 벽체 보강 공사를 추가해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15일 오전 찾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장(잠실루벤더샵)은 외벽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현장에는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이 공사 막바지를 앞두고 분주한 분위기였다.
현재 공정률은 약 80% 수준으로, 공사 중인 외벽에는 기존 아파트 외벽과 증축된 외벽이 어우러져 리모델링 단지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존 외벽에는 ‘星志(성지)’에 새롭게 지어진 콘크리트 외벽이 증축 규모를 실감케 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 리모델링(잠실루벤더샵) 수직증축 내부 모습.(사진 : 최중현 기자) |
단지 내부는 신축 단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사실상 아파트 위에 새로운 주택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수평 증축로 개선된 내부 구조와 2300㎜ 규모의 층고(세대높이)도 확보돼 개방감도 우수했다.
송파성지아파는 국내 첫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의 사례로 이목이 주목된다.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수직 증축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높다.
수직 증축은 기존 아파트 상부에 수직으로 증축하는 리모델링 방식이며, 이를 통해 기존 세대수의 최대 15% 수준의 일반분양을 확보할 수 있다.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은 수평‧별동 증축형 리모델링 대비 구조 안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은 안전진단과 함께 전문기관의 1‧2차 안전성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1992년 준공된 송파성지아파트는 기존 298가구 규모로 조성됐으며,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이 단지는 수직증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최고 18층, 2개동, 총 327가구 규모의 단지로 조성된다. 전용 면적 106㎡ 5개 타입(A~E) 29세대를 일반분양했다. 용적률은 기존 274.26%에서 429.79% 약 155.53%가 증가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단지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돼 ‘잠실더샵루벤’로 탈바꿈 중이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포스코이앤씨 이원식 리모델링영업실 실장은 “정부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노후주택정비와 도심지 신규주택 공급이다”라며 “그러나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는 리모델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신속한 노후주택 정비가 가능하며, 도심지 신규주택 공급에 효과적이다”며 “리모델링사업을 통하면 노후단지를 조기에 정비할 수 있지만, 인식 부족으로 주목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리모델링조합 협의회(서리협)는 기자 초청 간담회도 개최했다. 서리협은 “서울시 내 1990년대 지은 노후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직증축과 수평증축 등 각종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공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일반분양이 가능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정비는 물론, 신규주택공급까지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점차 입증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송파구 오금아남아파트(송파더플래티넘)를 시작으로 강동구 둔촌현대1차아파트(더샵둔촌포레), 송파구 송파성지아파트(잠실더샵루벤)까지 연이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숀(이촌르엘)은 공사 중에 있으며, 강남구 청담동 청담건영(르네자이)도 9월부터 이주를 개시한 상태다.
서울시에 수직증축형 단지들도 증가세다. 지난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 1층을 비우고 최상층 1개를 증축하는 행위’에 대해 수직증축으로 본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나온 영향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안전진단 B등급을 받은 단지들은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 수직증축’ 또는 ‘2~3개층 수직증축’을 위한 1차 안전성 검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리협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142곳(조합 80곳, 추진위원회 62곳)로 규모만 12만 가구이 넘는다. 올해 초(총 136곳, 조합 76곳, 추진위원회 60곳) 보다 조합은 4곳, 추진위원회는 2곳 총 6곳이 늘어났다. 이들 단지가 정상적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면, 10년간 총 14만 가구(일반분양 약 2만가구)가 신규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정태 서리협 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그동안 누적된 주택공급 부족에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번 8.8 부동산 공급대책에도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 대책과 규제 완화만 있어 아쉽다”며 “주택의 장수명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주거의 질을 조기에 개선할 수 있고 도심지에 신규주택공급 효과가 있는 리모델링사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입법, 제도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중현 기자 hig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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