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2021년 대비 주류 수입 340배, 가죽 90배 이상 증가
김 위원장, 권위 과시하기 위해 ‘선물통치’ 적극 활용
국방연구원 “연간 2조 5000억원 규모 선물통치에 사용”
몽블랑 만년필, 크리스찬 디올 핸드백·재킷 등 명품으로 치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품목이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른바 ‘선물통치’ 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고가 시계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올해(1~8월) 통계자료를 분석해 16일 외통위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계의 경우 올해 8월까지 집계된 것만 1530만 달러(약 208억 5000만원)로 이미 전년도 1년치 시계 수입 규모(934만 달러, 127억 3000만원)를 훨씬 넘어섰다.
윤상현 의원은 “극심한 경제난과 수해 피해 속에서도 김정은의 선물통치를 위해 화장품과 시계, 주류 등 5192만 달러(약 708억원)에 달하는 사치품을 수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봉쇄 기간인 2021년 수입액을 기준으로 올해 8월까지 집계된 금액을 비교해 수입이 급증한 품목들에는 주류가 2만 달러(2700만원)에서 684만 달러(93억 2000만원)로 340배 가량 증가했고, 55만 달러(7억 5000만원)였던 화장품 수입 규모는 1385만 달러(188억 8000만원)로 25배 이상 급증했다. 가죽은 6만 달러(8200만원)에서 553만 달러(75억 4000만원)로 9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주류와 화장품, 시계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치품을 사들여 당·군·정 선물통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대북 제재망을 피해 들여오는 사치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젊은 나이에 집권한 김 위원장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선물통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와 산하 국방연구원은 지난 5월 김 위원장이 북한 엘리트 특권층의 충성심과 결속을 끌어내기 위해 한화 기준 연간 2조 5000억원 규모의 통치자금을 ‘선물통치’에 쓰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금액에는 특권층이 일상생활에서 누리고 있는 의식주 관련 비용부터 자동차, 의료 서비스, 경호와 의전, 각종 문화와 편의시설 등을 누리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718호 등을 통해 고가 사치품의 북한 공급·판매·이전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은 경유지를 여러 단계 거치며 화물선을 이용하는 등의 편법으로 사치품을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북한에서는 지난해 1월에서 7월까지 발생한 아사(餓死)사건이 240여 건에 달하는 등 식량난이 극심한 가운데 북-러간 밀착관계를 통해 무기 제공에 대한 대가로 밀가루 등 식량과 석탄·석유, 보드카 등의 사치품을 공급받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았을 때 반입이 금지된 독일 벤츠사의 최고급 SUV 차량을 이용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윤 의원은 “북중 관계가 소원해졌다지만 여전히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라면서 “주요 서방국가들이 대북제재 규정에 적용되는 사치품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지만 중국은 사치품 목록을 작성하지 않아 김정은의 선물통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안보리 결의 정신을 지키고 제재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사치품 목록을 엄격히 규정해 시행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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