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한 경제8단체는 16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정우용 상장협 부회장,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이동근 경총 부회장, 정윤모 중기중앙회 부회장, 박양균 중견련 본부장. / 사진 :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경제계가 국회에 무분별한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 발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등 8개 경제단체는 1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기업을 옥죄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고 있다”며 “국회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입법을 당장 멈춰 주시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상법 개정안, 상장회사 지배구조법 제정안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 19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규제를 신설ㆍ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들 법안에 대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입법되면 이사에 대한 배임죄 고발과 손해배상책임 소송 등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도 거세질 것으로 봤다. 경제단체들은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투기 세력의 공격은 기우가 아니다. 투기자본인 소버린은 2003년 감사위원 선출 시 3% 룰의 적용을 피해 특정 기업의 지분을 매입했고 경영진 퇴진,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주가를 부양시켜 약 1조원의 차익을 거두며 철수했다”며 “또 칼 아이칸은 2005년 국내기업 주식 취득 후 자회사 매각과 부동산 자산 처분 등을 요구하고 이사회에 진출해 주주환원정책 발표 등을 유도해 주가를 부양한 후 1년 만에 약 1500억원의 차익을 거두며 철수했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될 때에는 오히려 투기 세력의 경영권 공격으로 국부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한국기업 공격은 2019년 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최근 4년 사이 9.6배 급증했다.
기업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산업 진출과 대규모 설비투자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경제단체들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의 경우 1983년 반도체 진출 선언 이후 1987년까지 1400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는데,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했다면 현재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비롯한 여러 기업 지배구조 규제는 해외 사례가 거의 없을뿐더러 학계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제단체들은 “해외 주요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멀리 앞서가고 있는데,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는 결국 국민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성명에는 한경협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코스닥협회가 참여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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