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영광ㆍ곡성 군수 자리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취임 후 처음 치른 선거에서 막판 여러 변수를 딛고 각자 텃밭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는 수도권과 부산, 호남이 모두 포함돼 있어 지난 4월 총선 이후 전국적인 여론 동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었다.
성적표는 2대2 무승부였지만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다. 한 대표는 ‘허약한 당대표‘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리더십을 증명했다. 이 대표 또한 흔들리는 것으로 평가받던 ‘호남 민심’의 공고함을 확인했다. 하지만 양당이 강세 지역에서 입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대화와 타협보다는 민생을 등진 대결 정치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야권이 절대 다수인데다 당분간 큰 선거도 없어 여야 ‘강대강’ 대치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는 면했지만 바닥권을 헤매는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으로 여전히 국정 동력 상실 위기에 놓여있다. 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과 카톡 문자 등이 공개돼 김 여사의 공천ㆍ인사 개입 의혹 등 논란이 확산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명쾌한 해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내놓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선거 브로커가 대통령 부부와 여당 지도부를 공개 협박하는 모습은 가히 가관이다.
대통령실부터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선 한 대표가 요구한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와 인적 쇄신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다음달이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이다.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내분을 멈추고 힘과 지혜를 모아 국정 동력을 다잡아야 할 때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전면 정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다음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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