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판매 마진, 7월 이어 8월도 20원/kWh 하회
8월 SMP 연중 최고치, 9월도 높은 수준 유지
그래픽: 김경미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지난해 전기료 인상과 글로벌 연료가격 하락으로 전력 판매 순마진을 기록해 오던 한국전력이 두 달 연속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 직후 전기료 인상을 예고했던 정부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별도 실적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부채가 203조원 규모로 쌓인 상황에서 전력 판매 마진까지 흔들리면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 정상화를 추진하는 자구노력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8월 전력 판매 마진(판매단가-구입단가)은 16.7원/㎾h를 기록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인 구입단가는 149.3원/㎾h였고, 소비자에게 판매한 단가는 166.0원/㎾h이었다. 7월 판매 마진 8.2원/㎾h보다는 늘었지만, 6월(34.9원/㎾h)이나 2월(42.1원/㎾h)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전의 전력 판매 마진은 ㎾h당 20원은 넘어야 순마진으로 분류한다. 전력망 유지보수 및 설비 투자와 운영비 등 비용을 고려하면 10원대 마진으론 남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한전은 작년 11월 이후 8개월 연속 순마진을 기록했지만, 3분기 들어서는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전은 이미 2분기 실적에서 9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작년 3분기 이후 3개 분기만이다.
올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력총수요가 100GW를 넘어서는 등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기간이었다. 이에 도매전력가격 상한제인 계통한계가격(SMP)이 급증했는데, 8월엔 145.86원(육지+제주)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SMP 또한 138.85원으로 집계되며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았다. 내달 발표될 9월 전력 판매 마진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중동 전쟁 격화로 국제 유가 상승 등 글로벌 불확실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 없이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김동철 한전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력 생태계 지속성 확보를 위한 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은 빨리 정상화돼야 하는 상황인데 시점과 수준의 문제”라며, “실무진에서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며, 관련 부처와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해외 발전소 매각을 추진하고, 이달 들어서는 마장동 자재센터 부지 매각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자산 매각을 통해 수천억원씩 수익을 내도 결국 전기료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제 살만 깎아 먹고 재무 정상화는 공염불이 된다. 국감도 끝나가는 만큼 겨울이 오기 전에 과감한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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