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7일 이틀 전 있었던 경의선ㆍ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했다. / 조선중앙통신ㆍ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이 우리나라를 ‘적대 국가’로 간주하며 한반도 ‘두 국가’ 체제를 규정하는 헌법개정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의선ㆍ동해선 남측 연결도로 폭파 등 실질적 ‘행동’과 함께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제도적’ 조치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이틀 전 감행한 연결 도로 폭파 소식을 전하며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실현하기 위한 개헌이 이뤄졌음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이달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했다. 다만 당시에는 남북관계 및 통일 등에 관한 조항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헌법을 개정해 통일 표현을 삭제하고 영토 조항을 신설하라는 지시를 연초에 내리면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교육한다는 내용도 반영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개헌 후 공식 발표까지 이례적으로 시일이 걸린 데다 이를 모호한 표현으로 밝힌 배경을 놓고선 핵심 쟁점인 영토, 즉 ‘국경선’의 경계 등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정부도 이를 반영해 개헌 ‘암시’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의 추가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개헌이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ㆍ반민족적인 행위”라면서도 국경선 등 영토 조항 신설 여부는 예단하지 않고 지켜 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또 한국과 연결된 우리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며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 접경에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도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15일 당시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밝혔으나, 이와 함께 ‘철도’도 폭파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국경 봉쇄와 함께 군사분계선(MDL) 일대 등 ‘요새화’ 작업도 본격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국경선을 명확히 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도 해석된다.
국방성 대변인은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에 따른 것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해당 소식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도로와 철길 폭파 장면을 담은 사진 3장과 함께 보도했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북한 건국 이념적 뿌리가 된 조직으로 지목되는 ‘ㅌㆍㄷ’(타도제국주의동맹) 창설 98주년을 기념해 “모든 제국주의를 타도하자”며 ‘단결’을 주문하는 내용도 함께 실렸다.
또 외무성이 중대 성명을 통해 발표한 ‘한국 무인기 침범 사건’을 접한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조선인민군 입대, 복대(재입대)를 열렬히 탄원(지원)하는 사람들이 매일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북한이 김일성 주석을 기리는 ‘주체 연호’ 사용을 중단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김일성ㆍ김정일 등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같이 전하며 “올해부터 보여온 김정은 독자 우상화의 하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정상국가 이미지를 다지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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