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늘(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태로 회동한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하지만 사실상 독대 형식이라는 게 대통령실 전언이다. 지난달 말 한 대표의 공개 요청으로 불발됐던 ‘독대’가 20여일 만에 성사된 셈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가 수시로 만나 국정을 논의해야 함에도 이렇게 요란하게 국민적 관심 속에 대면해야 하는지 후진적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윤-한 독대’는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정 현안의 해법을 찾지 못하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탓이다. 무엇보다 윤 정부 최대 리스크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성과물이 관건이다. 여권을 향한 명태균씨의 폭로, 주가조작 의혹 관련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등에 따른 민심 이반, 민주당의 세 번째 특검법 발의 공세 등을 ‘카더라’ 수준이나 소모적 정쟁으로 치부하기엔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각종 의혹 규명 협조, 측근 정리 등 이른바 ‘3대 해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보궐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당내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이런저런 조건을 내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 내 야당’ 전략을 뛰어넘은 ‘내부 총질’이라면 더욱 그렇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김 여사 사과,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으로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이 다가가기 어려운 배우자 문제이지만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울 수 있다. 내달 초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빈손 회동’은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쪼록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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