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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법정 공방 2차전도 현 경영진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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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21 11:06:03   폰트크기 변경      
法, “배임ㆍ위법행위 단정 못해”… 영풍ㆍMBK 가처분 신청 기각

경영권 분쟁 장기화 전망…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최대 변수


[대한경제=이승윤ㆍ강주현 기자]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벌어진 법정 공방 2차전에서 법원이 다시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도 지분 매입 경쟁과 명분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해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종로사옥/ 사진: 고려아연 제공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풍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지분 확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앞서 영풍 연합은 최 회장 측을 상대로 법원에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미 한 차례 냈지만 지난 2일 기각됐다.

이에 최 회장 측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우자 영풍 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라며 이를 막아달라고 다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는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며 맞섰다.

법원은 이번에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최 회장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상법 제341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로써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는 영풍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매수한 자기 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선행 공개매수가 있었던 경우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개매수 목적에 경영권 방어가 포함돼 있어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인 베인캐피털과 함께 오는 23일까지 전체 주식의 최대 20%에 해당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영풍 측의 지분 매입을 저지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M&A를 막겠다”고 밝혔다.

반면 영풍 측은 “최 회장 지위 유지 목적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피해만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확실한 의결권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남은 주주들과 협력해 고려아연의 무너진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 기업ㆍ주주 가치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원이 이번에도 최 회장 쪽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풍 측은 지난 14일 마감된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을 38.47%까지 높인 상태다. 이는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 33.99%보다 4.48%포인트 높다. 반대로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36.4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어느 쪽도 지분의 과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영풍 측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을 소집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최 회장 측 12명, 영풍 측 1명인 고려아연 이사회에 영풍 측 인사 12명 이상을 신규 이사로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려아연 현 이사회가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하면 영풍 측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해 실제 주총 시기는 내년 초로 밀릴 수도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ㆍ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웠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최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영풍그룹 장씨 일가 간에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


이승윤ㆍ강주현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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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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