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북한 대표부 외교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발언하고 있다. [유엔 웹TV 화면 캡처] /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정부는 22일 러시아 지원을 위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및 참전에 반발하며 북한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했다. 아울러 향후 러북 군사 협력의 강도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전했다.
김 차장은 브리핑에서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면서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북 군사협력이 우리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김 차장은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대량의 군사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해 온 북한이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파병까지 하기에 이른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 대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자 북한과의 일체의 군사협력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또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온 북한 정권이 급기야 북한 청년들을 러시아에 용병으로 명분 없는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것은 스스로 범죄집단임을 자인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한편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한 데 이어 점령지 재건을 위해 노동자도 파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CNR은 “비밀 정보원의 증언으로는 일부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도네츠크 지역의 일부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로, 임시 점령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후 다시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본토에서 작전에 배치됐다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장병 18명이 지난 16일 이탈 지점에서 60㎞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 코마리치에서 붙잡혀 구금됐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의 보도도 나왔다.
우리나라로 살포한 ‘쓰레기 풍선’이 전장에 동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지 매체들은 쿠르스크주 코무토프카 지역에 북한군 교관 약 40명과 러시아 장병 50명이 배치돼 있었으며 북한군은 군사 목적의 ‘풍선’ 사용법을, 러시아군은 현대식 보병 전투 전술을 서로 가르쳤다고 전했다.
북한은 파병설에 대한 첫 입장을 내고 이를 일축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 폭파한 경의선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서 대규모 공사 흔적이 발견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2일 보도했다.
VOA는 민간 위성 플랫폼 ‘플래닛랩스’가 지난 20일 경기도 파주와 개성공단을 잇는 경의선 도로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해당 도로에 본격적인 ‘요새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