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왼쪽은 김민석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하려던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로 잠정 중단한 데 대해 “정부 정책이 소위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주택을 마련하는 디딤돌을 마련해주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정부가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했다가 며칠 만에 또 번복했다”며 “평생 집 한 채 마련해 보겠다고 나름 온갖 계획 세워서, 정부 대출을 믿고 집 살 준비를 했다가 갑자기 대출을 중단해 버리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그렇게 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안 되면 결국 제2금융권 또는 사채를 빌려서 집을 사던지 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런 사람들 입장을 조금 더 생각하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고 합리적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국가정책을 믿고 행동한 사람들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회를 줘야, 그것이 정책 아닌가”라며 “정책을 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또 “즉흥적으로, 과격하게, 마음대로, 현장을 모르고 이런 정책들을 오락가락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의대 5년 축소, 킬러문항 삭제 등 그전에도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신중하게 정책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을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샤워실의 바보’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서유기 속 ‘파초선’을 언급한 뒤 “부채를 쓰는 요괴는 가볍게 부채질을 하지만 그것이 온 세상에 태풍을 몰고 온다”며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온 국민에게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할 때는 정말로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 현장을 모르고 즉흥적으로 과격하게 결정하면 현장에선 그야말로 태풍이 분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배달수수료 문제와 관련해선 자율적 협의를 통한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배달수수료 문제가 곧 사회문제가 된다. 이미 예측했던 바”라며 “결국 입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다. 입법으로 강제하기 전 시장에서 합리적 결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자영업자들이 너무 어렵다”면서 “상황이 어렵더라도 수수료를 안 낼 수야 없겠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하게 수수료를 부담시키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가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생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로선 입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달플랫폼ㆍ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가동 중이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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