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용 요금 10.2%, 중소기업용 5.2% 차등 인상
여론 눈치보기…주택용 전기료는 또 동결
“전기요금 체계 한계 드러내” 평가도
그래픽:조남주 기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한국전력은 연간 4조원 이상의 수익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기업 전기요금은 2022년 10월 16.6원/㎾h, 작년 11월 10.6원/㎾h 오른 데 이어 이번에도 10% 이상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한국전력은 24일부터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한다고 23일 밝혔다. 중소기업에 주로 적용되는 산업용(갑) 전기료는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오른다. 산업용 전체 평균 인상률은 9.7%로,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계약전력에 따라 300㎾ 이상이면 을, 미만이면 갑으로 분류된다. 산업용(을) 고객은 약 4만1000호로 전체의 0.1%이지만, 전력사용량은 236TWh로 총 전력사용량(546TWh)의 48.1%를 차지한다. 산업용(갑) 사용자까지 합치면 전체 전력수요의 53%를 산업용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인상으로 한전은 연간 최대 4조7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조원에 달하는 부채와 41조원의 누적 적자 해소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요금 조정의 영향을 받는 고객의 수를 최소화하면서도 시장에 가격 시그널을 제공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했다”면서, “한전의 누적 적자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채 발행잔액은 연말께 2조∼3조원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김하나 기자 |
주택용과 소상공인 전기요금은 서민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또 동결됐다. 작년 5월 인상 이후 1년5개월째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대기업들이 상당 부분 떠안게 됐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 전력 사용량 상위 20대 법인이 지난해 납부한 전기요금은 12조4430억원이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속해서 산업용 전기료만 올라가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되면 자가발전 등 전력공급을 위한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료의 가격차도 두 자릿수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연평균 전기요금은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3.9원 더 비쌌다.
사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손에 꼽는다. 고압선을 활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전력손실이 적고, 변전시설도 불필요해 원가 측면에서 주택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만만한 산업용 요금만 10% 가까이 올리는 건 상식을 벗어난다. 이는 요금체계의 원가주의 원칙에 반대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몇 원 올리느냐를 떠나 한계를 드러낸 요금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ㆍ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과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보훈 기자 bb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