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h당 16.1원 인상하기로 했다.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과 식당ㆍ상점 등 자영업자가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서민경제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하기로 했다. 산업용은 전체 고객의 1.7%에 불과하지만 전력사용량에선 전체의 53.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은 10.2% 인상되고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 인상돼 대기업에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쏠렸다. 재계에선 산업용이 고압선 활용 등으로 원가가 적게 드는데도 주택용보다 요금이 더 높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굳이 재계의 지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부채 규모에 허덕이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주택용과 일반용의 고통분담이 요구된다. 한전은 앞서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시기에도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판 탓에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는 41조원,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만 이자로 4조4500억원이 지급돼 하루 122억원 수준이다.
한전이 적자경영에 허덕이면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첨단산업에 요구되는 막대한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송전망, 송전탑 확충 사업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낡은 전력망도 보강해야 하나 적자경영에선 불가능하다. 현 세대가 요금 인상을 미루면 미래세대로 부담이 전가돼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에 머무는 지금,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을 조금이라도 현실화해야 한다. 인상 부담이 버거운 취약계층에는 바우처 지급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치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연료비 연동제’도 정치 논리가 개입하지 않도록 독립적 위원회에 맡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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