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60년 전 군에서 차량을 정비하던 도중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됐다면 보훈대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A씨가 “군 복무 중 손가락이 절단됐는데 아무런 보훈 혜택도 받지 못했다”며 제기한 고충민원에 대해 국가보훈부에 “국가유공자ㆍ보훈보상대상자 심의를 다시 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육군 부대 수송부에서 복무를 하던 A씨는 1966년 군 차량을 정비하던 중 사고로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마디를 절단하게 됐다. 신입 병사가 실수로 차량 시동을 거는 바람에 차량 팬 속으로 A씨의 손가락이 딸려 들어가면서다.
A씨는 2017년에야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에 나섰지만, 보훈부는 “A씨의 진술 외에 군 병원 입원ㆍ치료기록 등 손가락 부상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에도 A씨는 올해까지 총 5번이나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지만 번번이 거부됐다.
결국 A씨는 “젊은 나이에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고, 항상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데 국가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것은 억울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이에 대통령실과 권익위는 A씨를 직접 만나 고충을 들은 뒤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권익위는 우선 A씨가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갑종(현재 1급) 판정을 받았고, 군 복무 당시 손가락을 주요하게 사용하는 차량ㆍ무전기 정비 업무를 수행한 사실과 동료 병사들이 ‘A씨가 입원을 했을 때 면회하러 갔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주목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서와 보훈심사 기록상 A씨가 제대 이후 손가락 절단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진료기록이나 별도의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권익위는 “1960년대 열악한 군 복무환경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군 병원이 아닌 의무대에서 손가락 절단 수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A씨의 병적기록표에는 수술 직후 이례적으로 25일간 휴가를 간 기록이 있는데, 부대 지휘관들이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군 병원에 후송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훈부에 A씨의 국가유공자ㆍ보훈보상대상자 요건 등록 여부를 재심의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유 위원장은 “군 내부 의무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훈대상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앞으로도 과거 병력, 복무기록, 관계자 진술 등 다양한 증거들을 찾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의 권익을 구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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