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올해 호황을 맞이한 컨테이너 시장이 내년부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는 물동량이 5%대의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겠지만, 내년부터는 중국발 경기둔화와 선복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3%대로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MSI 2024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던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은 내년 3.3%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이는 해진공이 지난 2분기 분석했던 전망치 3.8%보다 0.5%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어 해진공은 △2026년 3.6% △2027년 3.4% △2028년 3.1%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이러한 성장세 둔화는 팬데믹 이후 재고조정 효과가 일단락되고, 중국발 경기둔화와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 모멘텀 약화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진공 관계자는 “세계 석유 수요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의 경기둔화는 장기적으로 해운 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올해 컨테이너선 해체시장은 부진이 계속되는 한편, 기록적인 수준의 대규모 신조 인도가 이어지며 선복량 증가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지난 8월까지 신조발주량은 250만TEU를 넘어섰으며, 전체 선대 대비 발주잔량 비율은 연초 21%에서 최근 25% 이상으로 급증했다. 내년에도 컨테이너선의 선복량은 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같은 해 물동량 증가율(3.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와중에 신조 인도는 1분기 73만TEU, 2분기 92만TEU에 이어 7∼8월에도 43만TEU가 인도되며 총 210만TEU 수준의 인도량을 기록했다.
올해 신조 인도는 281만TEU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2025년 205만TEU △2026년 145만TEU △2027년 212만TEU △2028년 217만TEU가 순차적으로 인도될 전망이다.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재편도 시장 변수다. ONE, 양밍해운, HMM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내년부터 ‘제미나이 협력’을 운영하면서 경쟁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는 공급과잉 시대를 앞두고 선사들의 생존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시장은 이런 변화를 선반영하는 모양새다. 스팟 운임은 일반적으로 성수기인 8∼9월 중 운임이 정점을 통과해 왔으나,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성수기에 운임도 조기에 정점을 통과한 상태다.
해진공 관계자는 “극동∼북유럽 지중해 항로 운임은 현재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올해 연말까지 하락세가 계속되고 내년에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북미항로 역시 동부 항만 파업의 영향으로 항만 혼잡과 공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발생하며 단기적으로는 운임이 상승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영향이 더 클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해진공 측은 북미항로의 FEU당 운임은 올해 3500달러에서 내년 1900달러까지, 유럽항로는 TEU당 22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물동량 증가세가 시장의 펀더멘털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내년부터 본격화될 공급과잉과 중국발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시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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