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 단지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 속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청약자가 쏠리며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2792만7000원으로, 전용 면적 84㎡으로 환산하면 9억5000만원에 달한다. 국민 평형이 1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기 대비 23.7% 급등해, 1년 전과 비교해 약 1억5000만원이나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하며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공사비가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기준치 100에서 2021년 111.48로 11.48% 오른 뒤 2022년 123.81, 지난해 127.9까지 치솟으며 3년간 27.9%나 상승했다. 2000년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4% 수준으로 상승했던 점과 비교하면 단기간 급등한 것이다. 지난 8월 말 역시 130을 기록하며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문제는 분양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에게 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21로 전달(117.9)보다 3.1p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분양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올 1월~지난달 수도권 분양 단지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25개 단지 1만561가구 모집에 63만7500명이 몰려 1순위 평균 60.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은 단지의 1순위 평균 경쟁률(6.79대 1)에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잇단 분양가 상승세 속에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큰 폭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후광 덕에 이목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관계자는 “기본형 건축비, 시멘트 등 건설 자잿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앞으로 분양가 상승 기조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도권에 공급되는 단지는 선호도가 높고 매매가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자는 합리적 가격을 갖춘 알짜 단지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 흐름 속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세보다 경쟁력 있는 분양가로 공급되는 분상제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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