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 없는 인간ㆍ능지처참” 추진위원장 비난
“무례한 표현일 뿐… 명예 침해 아냐”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원색적으로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합원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2020년 4월까지 경기도 평택시의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 단체대화방에서 조합 추진위원장 B씨를 비난하는 글을 13차례 올려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조합 추진위 운영 방식을 비판하면서 B씨를 겨냥해 “양두구육의 탈을 쓴 사람”, “자질 없는 인간”, “법의 심판을 통해 능지처참시켜야 한다”,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 등 비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합 내에서는 B씨가 회계 관련 서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배우자의 업체에 과도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대위가 꾸려진 상황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비대위 회원들에게 B씨의 불법 사실 등을 널리 알리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 등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A씨가 올린 글 13건 가운데 9건에 대해 모욕 혐의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A씨가 올린 글에 대해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ㆍ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 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례한 표현이 담긴 글에 해당할 뿐”이라며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 포함된 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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