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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한형용 기자] 미국 구글이 대만 TSMC에 이어 고성장 궤도를 달리며 AI(인공지능) 비관론을 상쇄시키고 있다. 확정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물론 알파벳에 이어 미국 빅테크 그룹 ‘매그니피센트7(M7)’의 실적 발표는 향후 AI 투자 확산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발표한 2024년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882억6800만달러(약 122조1000억원), 주당순이익 2.12달러(약 3000원)를 기록했다. 월가의 전망치를 모두 상회한 수치다.
구글은 성장의 핵심으로 AI를 꼽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AI에 대한 장기적 집중과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며 AI 시장 확대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AI 투자 등을 위한 3분기 자본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130억달러(약 18조원)로 집계됐다. 구글은 LLM(대규모 언어모델) 제미나이를 더욱 고도화 하는 등 AI를 통한 수익 강화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지속되는 AI 칩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만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54.2% 증가한 3252억6000만 대만달러(약 13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의 첨단 2나노ㆍ3나노 반도체에 대한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같은 기업의 수요가 강하다”며 AI 시장 비관론을 불식시켰다.
SK하이닉스도 HBM(고대역폭메모리),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AI 메모리를 발판으로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3.9% 오른 17조5731억원,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양호한 실적에도 시장 기대에 못 미쳐 AI 비관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기업도 있다. 이날 3분기 실적을 공개한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AMD와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 등이 꼽힌다.
AMD는 이날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68억2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 특정 항목을 뺀 주당순이익은 92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실적은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데이터센터 사업이 견인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5억5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40% 급증한 10억4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4분기 예상 실적이 75억달러(약 10조3800억원)로 월가 예상치 평균 75억5000만달러(약 10조4500억원)를 밑돌면서 이날 주가는 흔들렸다. AI 칩 매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는 셈이다.
AMD를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79조원을 기록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1일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AI 비관론의 상쇄시킬 주요 기업들의 실적 설명회도 잇달아 열린다. 30일(현지시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31일에는 애플과 아마존, 인텔이 실적을 발표한다. 엔비디아는 다음달 14일 실적을 공개한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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