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보수 진영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 대표가 이 자리에서 “국정 운영이 안정되면 좋겠다”고 하자, 윤 전 장관은 “다수당을 이끄는 대표는 책임이 무거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장관은 이날 정오께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이번 오찬은 이 대표가 정국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윤 전 장관에게 만남을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도우며 보수 진영의 책사로 불렸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 윤 전 장관에게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한 번 말씀을 듣고 싶었다”며 정국 현안에 대한 고견을 물었다.

윤 전 장관은 “나라 형편이, 국제정세나 국내상황이나 점점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것 같은데 국가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다”며 “그런 점에서는 나이 먹은 사람들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쉽게 헤쳐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올 거 같은데, 더군다나 대통령이 국민 신뢰도가 낮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굉장히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는 “우리도 국가가 워낙 불안정해지니까 국민의 삶에도 악영향이 너무 크고 정국이나 국정운영이 안정되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고 말했고, 윤 전 장관은 “더군다나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인데 다수당을 이끄는 대표는 책임이 무거운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 전 장관은 최근 여야의 정쟁이 극에 달한 데 대해선 “우리 여야는 이상하게 적대적 관계가 돼 버렸다”며 “작은 나라가 분열돼서 역량을 모으질 못하니 정말 딱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대표가 “공개적 자리 외엔 만남도 없고 적대 감정들이 실제로 있어서 회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하자, 윤 전 장관은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소수 여당인데 다수당과 대화를 그렇게 안 한다는 건 민주적이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절대 득이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대표는 윤 전 장관을 향해 “(여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그런 길을 좀 열어주셔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장관은 “(내가) 그럴 역량이 있겠느냐”고 답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 진영 정치인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도 보수 원로로 꼽히는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11일)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12일)을 각각 비공개로 만나며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경제계 인사들도 잇따라 만나고 있는데 오는 11월 예정된 1심 선고를 앞두고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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