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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 ‘통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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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30 16:04:46   폰트크기 변경      
‘오후 5시~오전 10시’… 위반 시 과태료

“집 앞이 웨딩홀이냐”… 주민 민원 폭주
‘오버투어리즘’ 세계적 문제… 관광세 등 초강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앞에 늘 깃발을 든 관광객들이 밤낮없이 캐리어를 끌고, 동네가 놀이공원처럼 변해 옆집 앞집이 카페와 웨딩홀이라면 당신은 그곳에 살겠는가.”

자신을 북촌 주민이라고 밝힌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최근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이다.

서울 종로구는 최근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시간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30일 구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북촌 특별관리지역 내 ‘레드존’(북촌로11길 일대 3만4000㎡)은 오후 5시∼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이 제한된다.

주민과 지인ㆍ친척, 상인, 투숙객, 상점 이용객 등의 출입은 허용되지만, 그 외 일반 관광객들이 출입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구는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관리 인력을 투입해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고 2025년 2월까지 계도기간을 갖는다.

구가 이 같은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공유형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엔비’ 등 한옥스테이(한옥체험업)의 급속한 증가 여파가 있다.

2020년 서울시는 이 일대에 건축 특례를 적용하고 관련 규제를 풀면서 한옥스테이를 중심으로 ‘거주지 상업화’의 길을 텄다. 하지만 이를 통해 주거 골목에 카페, 기념품 가게는 물론 술을 파는 가게까지 들어오며 주민들의 주거 여건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게 구의 진단이다.

집주인이 개인 사업자 형태로 운영하던 한옥스테이는 점점 기업형으로 변질되며 구청 단위의 관리가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 7월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한옥 뜰에다가 자쿠지(야외 욕조)를 만들어 놓으니, 주민들이 매일 밤 강제로 에로영화를 봐야 하는 일이 생겼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구에 따르면 2018년 205건이었던 민원은 2022년 435건까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며 살아왔던 거주민들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이곳을 떠났다. 북촌 인구는 5년 새 27.6% 줄었다. 비교기간을 20년으로 넓혀서 보면 주민 인구는 반 토막이 났다.

앞서 구는 지난 7월1일 북촌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상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관광진흥법 제48조에 따르면 자연환경이 훼손되거나 주민의 평온한 생활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도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야간 시간대 관광객 통행금지’나 ‘전세버스(관광버스) 통행 제한 구역’을 운영하는 정도다.

구 관계자는 “기존 관광진흥법은 관광상품 활성화나 육성에 초점을 맞춘 탓에,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제척으로 나설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는 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국 북촌한옥마을을 어떻게 보존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최종 키는 서울시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핫했던 일본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의 로손 편의점 전경.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혼잡이 이어지자 결국 검은 그물막으로 전망을 가렸다. / 사진 : 유튜브 화면 캡처 


이 같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유명 관광지들은 과도한 관광객들로 인한 거주권 침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강수’를 두고 있다.

일본 야마나시현의 후지카와구치코 마을은 지난 4월 후지산 전망을 가리는 대형 검은색 그물막(가로 20m, 세로 2.5m)을 설치했다. 아무 데나 차를 세우는 건 물론, 인근 건물 옥상까지 침입해 사진을 찍는 ‘비매너’ 방문객을 막기 위한 조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신규 호텔 허가를 중단하고 불법ㆍ미등록 주택임대 관리를 강화하는 등 관광 수요 억제를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인 마요르카는 여름 성수기 방문객에게 관광세를 부과한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역사지구 호텔 신축 금지에 이어 지난 4월부터는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 5유로(이날 환율 기준 약 7467원)를 받기로 결정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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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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