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 알리려는 의도라고 보기 어려워”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2022년 6ㆍ1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ㆍ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던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이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했다.
이학수 정읍시장/ 사진: 연합뉴스 |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TVㆍ라디오 토론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상대 후보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시장은 경쟁자였던 김민영 후보를 겨냥해 ‘구절초테마공원 인근의 임야와 밭 16만7081㎡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시장이 TVㆍ라디오 토론회에서 한 발언은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이 시장이 알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 이 시장이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만큼 투기 의혹 제기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2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2심은 “부동산 투기는 선거구민이 공직자를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성 매수나 뇌물수수와 동격으로 취급된다”며 “이 시장의 토론회 발언과 (같은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카드뉴스 등은 근거가 박약한 일방적 의혹 제기에 해당해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정치적 기본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자 본인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TV 토론회 발언에 대해 “전체적인 취지는 상대 후보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국가정원 승격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며 “알박기 등의 표현은 상대 후보의 국가정원 승격 공약의 이해충돌 여지 또는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TV 토론회에선 상대 후보가 이를 반박하거나 해명할 기회가 주어진 상태였다”며 “이 시장이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보도자료상 ‘투기’라는 표현은 상대 후보의 공약이나 시장직 수행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카드뉴스와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서도 무죄 취지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자의 정책 공약을 비판ㆍ검증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의 의미를 세심하게 살핀 뒤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을 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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