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총국은 9월18일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ㆍ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북한이 31일 10개월여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은 역대 최장 시간 비행 기록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신형 미사일과 발사 기술 등을 과시하며 군사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지 약 10개월만이다.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을 쏜지 43일만이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약 86분을 비행해 최장 비행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30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정점 고도는 약 7000㎞로 파악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본 정부와)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 북한 ICBM의 최장 비행기록은 지난해 7월 1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고체연료 추진체계 기반의 신형 ICBM ‘화성-18형’으로 약 74분을 비행했다.
이에 따라 이번 ICBM이 화성-18형이 아닌 다른 종류의 ICBM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9일 12축 바퀴로 추정되는 신형 이동식발사대(TEL)를 공개한 바 있다. 기존 화성-18형은 9축 TEL을 이용해 왔다.
이 실장은 “무기 개발을 위해서 더 멀리, 더 높이 쏘기 위한 시험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ICBM에 대해서는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이 됐고 많이 완성을 했기 때문에 굳이 러시아가 정보나 자료, 기술을 제공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라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한 ICBM 정상각도(30~45도)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 대선 전 위협적 도발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 불식에 나서면서도, 판 자체를 완전히 깨버릴 수 있는 ‘데드라인’은 넘지 않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ICBM 정상각도 발사와 제7차 핵실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상ㆍ담판 여지마저 남겨두지 않는 최후의 카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합참은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국방장관은 미측 전략자산 전개 하에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 한미동맹의 대응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고 예고했다.
국가안보실은 미사일 발사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즉시 보고했으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의 민생을 도외시 한 채 한정된 재원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탕진하더니 급기야 젊은 북한 청년들을 명분없는 전쟁터로 몰아넣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편 정부는 제네바에서 곧 열릴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심의 계기를 포함해 모든 가능한 계기에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알려 나가고, ‘8ㆍ15 통일 독트린’에서 제시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국가안보실은 전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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