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피해를 ‘시공하자’로 간주해 시공사에 전가
올해 폭염으로 수목고사 급증, 시공사 비용부담 커져
건설업계, 조경진흥법 실효성 강화 방안 마련 필요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조경공사 준공 후 ‘유지관리’ 업무를 발주기관들이 시공사에 떠넘기면서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올 여름엔 예상하지 못한 폭염이 두달 이상 지속되면서 수목피해(수목고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발주기관들이 이를 ‘시공하자’로 간주하면서 시공사들의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0월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경공사는 수목을 주재료로 하는 공사의 일환으로, 수목의 활착을 위해서는 준공 후 초기 2∼3년 간 집중적인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다. 조경진흥법 등 관련 법령에서도 조경공사 준공 후 유지관리 대책을 발주기관이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일부 발주기관은 본공사와 유지관리공사를 통합발주해 시공사가 준공 후 2∼3년 간 책임을 지고 유지관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등 대다수 발주기관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본공사만 발주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준공 후 2∼3년 내(하자책임기간) 수목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다. 발주기관들이 자체적인 유지관리 소홀여부와 관계 없이, 무조건 시공하자로 간주하면서 비용부담을 시공사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는 발주기관과의 관계유지 등을 이유로 무상으로 유지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주기관과 시공사 간 하자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올해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수목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조경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들의 비용부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올 들어 6∼8월 간 지속된 35도 이상 폭염으로 수목고사 등 극심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고, 발주기관이 유지관리 업무를 게을리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공사에 전가되고 있다다”며 “발주기관, 관리주체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경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로 구성된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회도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조경공사 준공 후 발주기관의 유지관리 미이행으로 수목이 고사하는 경우, 시공사 등의 하자담보책임으로 전가하는 사례가 확인된다”며 “현행법령에 따르면 유지관리책임과 하자담보책임은 별개의 책임으로, 발주기관의 유지관리책임을 시공사 등의 하자담보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예산 및 인력 등을 확보해 준공 후 유지관리를 적정하게 시행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발주기관 등에 협조 요청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 발주기관들은 예산절감과 입찰행정 부족 등을 이유로 기존 방침을 유지하면서 시공사들의 반발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건협 조경위원회 관계자는 “수목피해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조경환경 조성을 위해서 조경진흥법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