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수소 헤리티지 전시’./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경기도 고양시 소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FCEV) 개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전 ‘수소 헤리티지 전시’가 11월 17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현대차의 첫 수소전기차 ‘머큐리’로 시작된다. IMF 외환위기 한복판이던 1998년, 현대차는 미국 UTC 파워와 손잡고 수소차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머큐리(수성)라는 이름에는 ‘선두 기업들(태양)을 가장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전시장에는 당시 연구원들이 UTC 파워와 주고받은 2600여통의 이메일과 설계도면이 전시돼 있다. 연구원들의 이런 밤낮없는 노력이 국내 최초의 수소전기차 ‘머큐리1’을 탄생시켰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현대차의 첫 수소전기차 ‘머큐리’./사진: 강주현 기자 |
특히 눈길을 끄는 건 2001년과 2003년 글로벌 친환경차 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 출전했던 머큐리1의 모습이다. 머큐리1은 대회에서 당당히 수상실적도 거뒀고, 이후 현대차는 더욱 향상된 성능의 머큐리2를 개발했다. 머큐리2 역시 100년 역사의 모나코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해 가장 우수한 연비를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다음 전시공간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스택이 탑재된 ‘폴라리스1’이 자리잡고 있다. ‘북극성’이란 뜻의 폴라리스처럼, 독자 기술 개발의 이정표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폴라리스1’./사진: 강주현 기자 |
이곳에선 당시 연구원들이 손으로 쌓아올린 흑연 분리판 400장의 실물이 눈길을 끈다. 한 장이라도 잘못 쌓으면 수소가 새어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완성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연구원들의 손과 옷, 실험실 바닥까지 까맣게 물들었다는 일화는 당시의 고충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어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된 ‘투싼ix 퓨얼셀(Fuel Cell)’을 만날 수 있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양산을 결정한 현대차의 과감한 도전이 인상적이다.
흑연이던 분리판을 대량생산에 적합한 금속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시도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머리카락 두께의 얇은 금속판에 수소와 산소가 흐르는 경로인 유로를 만들고, 기밀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연구원들은 끝내 성공을 이뤄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투싼ix 퓨얼셀 수소연료전지 스택 도면./사진: 강주현 기자 |
벽면에는 첫 수출 물량이 선박에 실리는 순간을 포착한 대형 사진이 걸려있다. 미국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상을 수상한 순간도 기록돼 있다. 기술을 배우던 ‘팔로어’에서 기술을 수출하는 ‘리더’로 성장한 순간이다.
전시장 후반부엔 2018년 출시된 넥쏘가 자리잡고 있다. 넥쏘는 현대차의 수소차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다.
넥쏘 주변에는 혹한기 테스트 현장 사진부터 안전성 테스트 결과, 디자인 스케치까지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3만명의 넥쏘 동호회원들이 전국을 누비는 사진도 볼 수 있다. 수소차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의 마지막은 새롭게 공개된 차세대 수소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이 장식한다.
라틴어로 ‘처음’이란 의미의 이니시움엔 현대차가 27년간 축적한 수소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사회를 선도하면서, 가장 깨끗한 에너지인 수소로 ‘휴머니티를 위한 진보’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전시된 수소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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