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투자자들 불신 ‘한 몫’
몸집 불리면서 투자가치는 상승
[대한경제=김진솔 기자] 대표적인 금리인하 수혜주 리츠(부동산투자회사ㆍREITs) 주가가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0.5%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7일(현지시간)에 추가 인하가 예상되고 있지만 전혀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장리츠들이 잇따라 유상증자(유증)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리츠의 유증은 자산확대를 위한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 유증 리츠 주가 평균 10% 하락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유증을 실시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8개 리츠(삼성FNㆍ이지스레지던스ㆍ코람코라이프인프라ㆍ신한알파ㆍ롯데ㆍ한화ㆍ디앤디플랫폼ㆍ마스턴프리미어)의 지난 1일 종가는 상반기 말 대비 평균 11.86%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FTSE NAREIT All REITS Index)과 싱가포르(iEdge S-REIT Leader Index) 리츠 대표지수는 각각 9.49%, 8.86% 상승했다.
국내 리츠 주가 부진은 최근 진행되는 유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식시장에서 유증은 주식 수를 늘리기 때문에 기존 주식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리츠의 유증은 새로운 자산 편입을 하기 위한 호재성 재료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리츠 주가 부진을 단순히 유증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국장 투자 불신에 리츠도 된서리
리츠 주가 부진의 밑바닥에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우선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서 소액주주를 외면한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에 시달려 온 투자자들의 불신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스폰서 리츠에 보내는 눈길은 더욱 싸늘하다.
예컨대 한화리츠가 유증을 통해 매입하려는 한화그룹 본사 건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의 경우 가격 고평가(오버페이)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단타라고 불리는 데이트레이드(당일매매) 중심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리츠는 유증으로 인한 실적향상이 일반기업보다 빠르게 나타나지만, 단타 투자자는 당장 주식수 증가로 인한 가치 희석을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리츠 유증에 대해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은 진입 가격대에 따라서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며 “모두 참여하면 이론적으로 손해는 없지만, (참여할) 자금이 없는 주주들은 주식을 빨리 처분한 뒤 새로 증자에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리츠 몸집 불리면 가치 상승 기대
반면, 유증을 통한 리츠의 몸집 불리기가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증으로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채권 발행뿐 아니라 기존 담보대출 조달 여건도 유리해져 배당여력이 증가할 수 있다. 리츠의 대형화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등 글로벌 리츠 지수 편입 가능성도 높이는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 주가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리츠 지분 50% 초과 보유를 금지하는 스폰서의 유증 참여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화리츠의 최대주주 한화생명보험의 유증 참여 물량도 한계가 있었지만, 한화손해보험이 한화생명의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참여율을 전체 물량의 약 46.18%로 확대했다.
채온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은 “스폰서인 한화생명과 한화손보가 유증에 참여하기로 한 만큼 비이성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매수 타이밍”라고 자신했다.
김진솔 기자 real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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