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빌딩./사진: 영풍그룹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영풍ㆍMBK 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과거 영풍그룹 내에서도 두 차례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70여년의 영풍그룹 역사에선 크게 세 번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첫 번째 경영권 분쟁은 1993년에서 1996년 사이 최기호 공동 창업주의 장남이자 최윤범 회장의 부친인 최창걸 당시 고려아연 회장이 주도했다.

1949년 고(故) 장병희ㆍ최기호 두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은 1976년까지 장씨 가문 28.33%, 최씨 가문 26.97%로 비슷한 지분을 보유했다. 그런데 최기호 공동 창업주 별세 2년 전인 1978년부터 최씨 가문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장씨 가문 27.17%, 최씨 가문 12.88%로 격차가 벌어졌다.

영풍그룹에 처음 경영권 분쟁의 전운이 감돈 건 1990년대 들어 최창걸 회장 일가와 고려아연 관계사들이 영풍 지분 매집에 나서면서다. 1990년 장씨 가문 32.91%, 최씨 가문 21.05%이던 영풍 지분율은 1993년 각각 32.91%, 30.38%로 좁혀졌다. 이에 장씨 가문도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했고, 1996년에는 다시 47.57% 대 40.20%로 격차가 벌어졌다.

영풍 지분율 추이./사진: 영풍 제공

결국 당시 영풍 회장이던 장형진 영풍 고문의 제안으로 양측은 의결권 신탁 계약을 맺었다. 장씨 가문은 고려아연 의결권을 최씨 가문에, 최씨 가문은 영풍 의결권을 장씨 가문에 10년간 신탁하기로 했다. 계약은 한 차례 연장돼 2016년까지 유지됐다.

영풍그룹 내 두 번째 경영권 분쟁은 2009년 최씨 가문 내부에서 벌어진 ‘왕자의 난’이다. 최기호 공동 창업주의 장손인 데이비드 최 씨가 영풍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영풍정밀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영풍정밀 지분은 데이비드 최 23.94%, 나머지 최씨 가문 26.94%, 장씨 가문 23.79%였다.

데이비드 최 씨는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장씨 가문의 반대로 무산됐다. 만약 장씨 가문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나머지 최씨 가문은 자체 지분만으로는 저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영풍정밀 지분율 추이./사진: 영풍 제공

영풍은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경영권 분쟁도 최씨 가문에서 촉발했다고 주장한다. 최윤범 회장은 2022년부터 한화, LG화학, 현대차그룹 등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자기주식 처분으로 16% 상당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추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한 정관 개정을 시도했으나 영풍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최 회장 측은 영풍과의 공동 영업, 원료 구매 등을 단절하고 서린상사 이사회에서 영풍 측 인사를 배제했으며, 영풍 석포제련소의 ‘황산취급대행 계약’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영풍은 최씨 가문이 ‘동업 정신’을 파기했다고 판단,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영풍 관계자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선진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임직원 고용과 신성장사업 추진, 국가산업 및 지역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지분율 추이./사진: 영풍 제공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