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아 생활경제부 유통팀장 |
행정학에서 말하는‘규제의 역설’의 대표 사례로 실릴만한 촌극이다. 규제가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타다 금지법은 택시 업계 보호라는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더 강력한 독점 사업자를 만들어냈다. 우버 블랙의 퇴출, 마카롱택시의 파산 등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어떻게 질식시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최근 논의되는 플랫폼 규제법안 역시 이러한 역설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겠다며 시작된 법안이 정작 쿠팡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모순적 상황을 가져왔다. 직매입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중개거래 시장지배력이 없다고 판단된 것이다. 규제를 피하고자 사업구조를 바꾸면 그만이라는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임시중지명령이나 입증책임 전환 같은 강력한 규제 수단은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중소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배달앱 수수료 규제 논의도 마찬가지다. 배달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고객 사용자와 입점업체 사용자, 그리고 배달 대행사나 배달 기사까지 얽혀 있다. 그만큼 문제는 복잡하게 꼬여 있고, 가위로 잘라버리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논의되지만,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게 할 뿐이다.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나 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규제가 왜 문제를 더 키우는 걸까. 기업을 한 인간에 빗대어 심리학으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다. 심리학의 ‘심리적 반발 이론’에서는 흔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를 설명한다. 설득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상대의 자유를 위협하기 때문에 심리적 반발을 느끼게 하는데, 반발의 크기가 클수록 설득은 실패하게 된다. 이론에 따르면 설득하려는 메시지의 위협 강도가 높아질수록, 위협받는 자유가 중요할수록 심리적 반발이 커진다. 기업은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지가 있고, 이는 곧 존재 이유다. 규제는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존재 이유가 훼손당하는 비상사태다.
규제는 최소한으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도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규제 논의는 기존 사업자 보호에 치우쳐 있거나, 실효성 없는 땜질식 처방이다. 규제의 역설은 그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많을 때 발생한다. 지금이 딱 그렇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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