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정부가 무임수송 강제… 정당한 이유 없이 협의 미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정부가 신분당선 연장구간(정자~광교)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인 경기철도㈜에 노인ㆍ장애인 등의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 대한경제 DB |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 부장판사)는 경기철도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89억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신분당선은 민간 사업자가 전철을 짓고 정부에 소유권을 기부채납한 뒤 30년간 무상으로 전철을 운영해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지어졌다.
2016년 1월 신분당선 연장구간 개통 당시 국토교통부와 경기철도는 “초기 5년간 무임수송 제도로 발생하는 손실을 총 이용수요의 5.5% 한도로 보전한다”는 내용의 실시협약을 맺었다. 개통 6년 차인 2021년 1월 이후부터는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경기철도는 개통 6년 차 이후 무임승차 방안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공론화 필요 등을 이유로 협의를 차일피일 미뤘다.
협의가 미뤄지자 경기철도는 2022년 5월부터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 등 무임승차 대상자에게도 일반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운임 변경 신고를 했지만, 정부는 노인ㆍ장애인의 부담과 지역 수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게다가 정부가 중재 회부 요청까지 거부하자 경기철도는 연장구간 별도 운임이 유료화됐을 때 종전 무임 승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입과 실시협약에서 정한 사업수익률 4.7%를 달성하지 못해 생긴 손실 등 357억여원을 보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경기철도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무임승차 방안을 협의하기로 한 협약을 어겼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경기철도)에게는 무임승차 제도를 운영할 법령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실시협약에 따르더라도 개통 후 5년까지 무임수송 제도를 운영할 의무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는 협의 없이 사실상 원고에게 무임수송을 강제해 운임징수권을 침해했고, 운임 수입 손실에 관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형식적 협의만으로는 정부가 협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부는 민자사업자 쪽의 재협의 요청에 대응해 마치 무임승차 제도를 변경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을 뿐, 매번 여론 수렴과 사회적 영향 등을 이유로 합의를 미뤘다”며 대한교통학회 용역을 통해 약 90억원을 무임승차 손실 보상액으로 책정했다.
양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신분당선 기존 구간(강남~정자)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인 신분당선㈜도 같은 취지로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339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도 양측이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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