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취향 저격… ‘방은 따로, 생활공간은 같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여러 명이 함께 방을 써야 했던 대학 기숙사 구조가 앞으로는 생활공유공간 이외에 독립생활공간이 함께 배치되는 등 공유형 주거환경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기숙사ㆍ생활관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교육부 등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재 대학들이 운영하는 기숙사ㆍ생활관 중 약 43%는 준공 이후 20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다. 이 때문에 소음이나 냉ㆍ난방, 벌레ㆍ곰팡이 문제는 물론, 공용시설의 크고 작은 고장 등 불만족스럽다는 민원이 이어져 왔다.
게다가 이들 노후 기숙사는 여러 명이 함께 사는 전통적인 ‘다인실’ 형태이다 보니,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선호하는 MZ세대와 외동자녀로 자란 청년층의 생활방식과는 맞지 않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권익위가 지난해 국민생각함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94.3%가 개인 공간과 프라이버시, 편안한 휴식과 잠자리, 집중력 향상 등을 이유로 ‘1인실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생들의 외면으로 수도권 대학 기숙사의 다인실은 2022년 기준 평균 공실률(%)이 3인실은 약 17%, 4인실 이상은 약 22%를 기록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기숙사 운영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학생들은 캠퍼스 밖의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찾다 보니 전세사기 위험성은 커지고, 부모들도 기숙사보다 훨씬 높은 전월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학들도 ‘기숙사 수용률’이라는 평가 기준 때문에 기숙사 신축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마저도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권익위의 진단이다.
이에 권익위는 설문조사와 함께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의 관계자, 기숙사 학생대표 등이 참석한 현장간담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모아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제도 개선 방안에는 우선 MZ세대인 청년 수요자의 주거선호도를 반영해 대학 평가인증 기준에 △다인실의 독립생활공간 배치 비율과 △노후 기숙사 주거환경개선 노력도 지표 항목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는 대학 최초로 다인실 안에 독립생활공간과 생활공유공간을 함께 배치해 학생들의 주거 만족도가 높은 이화여대 기숙사를 모범사례로 참고했다.
캠퍼스 내 노후 강의동이나 연구동을 재건축할 경우 강의시설 등과 기숙사를 연계해 복합형 기숙사로 건립하거나 대학 인근의 원룸이나 빌라, 건축물 등을 기숙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대학 인근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캠퍼스 밖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세 사기 예방교육도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대학발전기금의 용도를 확대해 기숙사 주거환경 개선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노후 기숙사의 시설 유지ㆍ보수를 위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을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 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기숙사의 다인실 안에 독립생활공간과 거실 등 공유공간을 함께 배치해 MZ세대의 주거 만족도뿐 아니라 단체생활의 협동과 배려, 소통의 교육 목표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기숙사 문화가 정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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