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정부가 5일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GB)를 풀어 신규 택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주요 지역에 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감은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입을 모아 단언했다. 서울만 봐도 공급량이 2만가구로 비교적 소규모에다 이마저도 서리풀지구는 절반 이상(1만1000가구ㆍ55%)이 신혼부부용이어서 주택 공급에 따른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재 3기 신도시 개발 사업도 토지 보상비용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 둔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상황이 정상화하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3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에도 제대로 된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신규 택지 지정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5일 그린벨트(GB)가 해제된 경기 고양 대곡역 일대 모습. /사진:연합 |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발표된 신규 택지를 보면 서울 서리풀지구를 제외하면 모두 외곽에 위치해, 수도권 집값 상승 견인과 시장 불안을 야기한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서울 공급량은 신혼부부 물량을 제외하면 9000가구에 불과한데,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에서 9510가구가 공급된 뒤에도 집값 상승세가 끄떡 안 했던 점을 감안하면 강남3구의 수요를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GB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 따른 공급 효과를 지켜봐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GB는 향후 필요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유보지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면서 “단순히 주택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GB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공급은 도시계획이란 원칙 아래 입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 집중돼야 한다”며 “국토부가 스스로 원칙을 다 깨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특히 경기 고양 대곡지구는 기존 덕양구 화정동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맞닿아 있어 사업이 충돌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물론 대곡역이 서울 도심으로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정착역으로 입지가 좋은 것은 맞다”면서도 “고양시가 판단해서 국토부가 마지못해 결정한 것이면 모르겠지만, 국토부가 나서서 한 것이라면 (대곡지구) GB 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서울 주요 지역에 물량을 배치함으로써 시장에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 등 ‘노른자 알짜 땅’이 공급되는 것이어서 기대감과 관심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특히 신혼부부의 경우 정부 발표대로 계획이 진행된다면 충분히 기다릴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공급을 위해 국토부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토지 보상자금 마련을 위한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종무 기자 jm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