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ㆍ워커힐 매출 증가 견인
그룹사 '효자상품' 자리매김
파르나스ㆍ롯데도 사업 확대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호텔 안에서만 맛볼 수 있던 ‘호텔의 맛’이 이제는 일상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호텔에서의 경험’을 집에서도 누리고 싶어하는 소비 트렌드가 호텔 리테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6일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조선호텔 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가정 간편식(HMR)과 침구류도 각각 91%, 4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조선호텔은 자체 온라인몰을 개설하며 리테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이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김치와 침구를 자사 공식몰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호텔 리테일 부문이 그룹사의 새로운 ‘효자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 모기업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16%의 매출 성장과 81%의 영업이익 증가를 달성했다. 현재 리테일 부문이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리테일 부문은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과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피코크’와 연계해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를 판매 중이다. 혼수나 예단으로 인기인 조선호텔 침구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침구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호텔 리테일 시장의 ‘개척자’ SK네트웍스 워커힐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1989년 업계 최초로 김치연구소를 설립한 워커힐의 워커힐호텔 김치는 올해 1~9월 매출이 전년 대비 141% 급증했다. 이는 2분기 워커힐 호텔의 영업이익을 89%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GS리테일의 호텔사업부였던 파르나스호텔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 증가한 1032억원을 기록하며 그룹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최근 인적분할을 결정한 파르나스호텔은 ‘GS P&L’이라는 새 이름으로 호텔과 후레쉬미트 사업을 키울 예정이다.
롯데호텔도 이 시장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2016년 중단했던 김치 사업을 지난해 말 재개해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온라인몰인 ‘롯데호텔 이샵(e-Shop)’에서 판매 중이다. 롯데멤버스를 통한 정기구독 서비스로 계열사 간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을 거치며 호텔의 프리미엄 경험을 가정에서 누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호텔 리테일 상품에 대한 높은 고객 충성도를 고려할 때 이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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