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시장 예상과 달리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될 조짐이다. 금융당국이 내부관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최대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수준의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으로 밸류업 정책이 힘을 받으면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들이 대출 억제 기조 영향에 주식시장으로 옮겨갈지 주목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내부적으로 현재 수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가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연말까지 가계대출 목표액을 맞추고, 내년 1월부터 다시 시작하는 만큼 내년 1분기 내에 현재의 대출 규제를 해제하는 게 수순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가계대출 관리를 주력해야 내년 가계대출 목표액 등을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은행권에게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기조를 유지하길 바라는 눈치다. 이유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2.2%로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가계대출 목표액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의 적정 증가율 기준을 GDP 성장률 수준으로 염두하고 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완전 폐지를 선언한 데 이어 본격적인 밸류업 정책이 내년부터 이어질 전망이어서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아파트 대기수요가 상당한 만큼 이를 주식시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 기조가 보다 이어져야 하는 셈이다.
현재 은행권은 가계대출 규제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대출상품에 대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비대면 전세대출도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상품별 우대금리도 최대 0.5%포인트(p) 낮추면서 실제 대출금리를 높이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쏠뱅크'에서 모든 비대면 대출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미 은행권은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감축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조만간 해제하려다가 취소한 것도 이같은 금융당국의 분위기를 읽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여전히 주담대 만기가 40년이지만 연말께 전체적으로 만기를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대출 관리기조를 보다 이어가라는 금융당국의 시그널에 최대한 줄여보자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