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국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이하 C-커머스) 업체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C-커머스 기업이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삼으면 국내 유통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도 우려된다. 앞선 트럼프 정부 1기 시절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을 규제하는 등 조치에 나서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C-커머스 기업들이 유럽과 한국 등 대체지를 찾아 나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직구(해외 직접구매) 프랫폼 규제법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기 재임시절 중국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을 포함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 중국 모바일 앱에 대한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었다. 이미 올해 1월 틱톡 금지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중국 직구 플랫폼을 규제하는 수순으로 흘러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중국 직구 플랫폼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하는 관세 문제와 엮여 있다. 미국은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소액물품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소액물품 면세 제도’를 1936년부터 운영해왔다. 문제는 2016년 기존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하면서 중국산 저가 상품이 무관세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다. 소액면세특혜로 미국에 들어온 상품은 2018년 4억1100만개에서 지난해에는 10억개로 늘었다. 이렇게 들어오는 상품들의 원산지는 2021년 기준 중국이 58%를 차지했다. 개인이 사용할 소액 상품이 아닌, 무역을 대체할 수준의 중간 가격대 상품까지 들어오면서 미국의 다이소로 불리는 ‘99센트’가 폐업 절차를 밟았다.
과거 미국이 대중 규제를 강화했을 때 테무 등 C-커머스 기업들은 주요 무대를 유럽으로 옮겼지만, 현재 유럽연합이 규제에 나서면서 제3의 시장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테무를 조사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밟고 있다. 불법ㆍ유해 상품 확산을 막는데 플랫폼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매출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7월에는 150유로 미만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규정도 폐지했다. C-커머스를 통해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밀려와 유통업계가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해외직구에 대한 규제 허들이 낮다. 인터넷 쇼핑과 배송 인프라도 고도화된 시장이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을 활용해 한국을 글로벌 허브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분기 역대 최초로 해외 직접 구매에서 직접 판매(역직구)를 뺀 무역 수지가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후 계속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1조2485억원이었던 이커머스 무역 적자는 3분기 1조4915억원으로 증가했다. 값싼 중국산 상품을 관세없이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여파다.
중국발 해외 직구가 늘어나면서 중국에서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소상공인이나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인터넷 통신판매 업체(인터넷으로 가구·가전·식품·의류 등을 판매하는 업체)는 7만8580곳으로 집계 이래 가장 많았는데, 올해는 8만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초로 폐업 신고가 인허가 신고를 앞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관세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면세 특혜에 대해 강한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큰데, 한국 정부는 직구 면세 기준에 대해 논의만 계속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통관 행정 인력과 비용 낭비만 심해지고 있다”며 “소상공인, 제조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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