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7일 15분간의 대국민 담화 초반에 이같이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어 열린 125분간에 걸친 ‘끝장 기자회견’에서도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법은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며 거부의사를 재확인했다.
이번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일단 형식과 내용면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했다. 지난 8월의 41분 국정브리핑, 83분 회견에 견줘 소통의 기회를 넓힌 것이다. 2시간을 넘겨 26개의 질문을 받은 회견도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형식적인 구두 사과에 그치지 않고 처음으로 허리 굽혀 사과한 것은 기존 오만과 불통 이미지로 점철된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김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소통(문자 포함)을 “몇 차례 주고받는 일상적 내용”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에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미지수다. 국정농단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정 개입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짜뉴스’ ‘침소봉대’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은 물론 국정 개입으로 비쳐질 만한 비공식 소통 전면 중단 등의 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대통령 사과가 마음에서 우러나왔다면 내각과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변화와 쇄신으로 더 유능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는 립서비스로는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자칫 지지율 10%대 추락을 모면하려는 또다른 쇼로 비쳐질 수 있다. 2027년 5월9일까지 임기 후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쇄신은 빠를수록 좋다. 김 여사 라인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가 실행되어야 그나마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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