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협의체 참여 권유에
수요자 겸 공급자로 중간 역할
건설업계 압박에 난감한 상황
사진: 연합 |
[대한경제=서용원 기자]레미콘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하에 따른 득실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시멘트 가격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레미콘업계까지 합세해 가격협상을 진행하라고 권고하면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앞서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건설자재 수급안정화 협의체’ 2차 회의에서 “지난해 시멘트 가격 협상 때처럼 건설ㆍ시멘트ㆍ레미콘 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가격협상을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하반기 시멘트 가격이 급격히 치솟을 당시 정부 주도로 관련 업계가 모여 시멘트 가격을 t당 11만2000원으로 사실상 합의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이날 열린 2차 회의에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대한건설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건설사 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가 레미콘 업계에 시멘트 가격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공문을 보냄에 따라 업계 의견을 듣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회의에서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는 팽팽히 맞섰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됐던 유연탄 가격이 내렸으니 시멘트 가격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시멘트업계는 ‘환경설비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시멘트 가격 인하가 불가하다’고 맞섰다. 이에 정부에서 레미콘업계까지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중간자’인 레미콘업계는 난감한 처지다. 국내 시멘트 생산량의 90%이상을 구매하는 시멘트 수요자이자, 시멘트를 레미콘으로 만들어 건설사에 직접 판매하는 레미콘 공급자로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차 회의 이후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로 레미콘을 할인 판매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멘트 가격인하가 수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 반면, 시멘트 가격을 인하하면 그만큼 건설업계에서 레미콘 가격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레미콘 단가에 5~10% 할인율이 적용되는 곳도 일부 있는데, 레미콘 원가에 30%를 차지하는 시멘트 가격이 내리면 수익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협상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이 내리면 레미콘 가격인하 요구는 불보듯 뻔하다”면서, “그동안 시멘트 가격인상분이 100% 레미콘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시멘트 가격이 내리면 실질적인 레미콘 판매가격만 내려가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는 사이 레미콘업계에 대한 건설업계의 압박은 지속하고 있다. 건자회는 지난달 23일 레미콘업계에 공문을 보내면서 “시멘트 제조사와 가격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경우 11월 중으로 레미콘 가격을 재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건자회는 지난해 하반기 시멘트 가격 인상 시 활용했던 계산법에 따라 t당 9000원의 시멘트 가격인하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건자회 관계자는 “레미콘 재협상은 골재ㆍ인건비ㆍ운송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지, 단순히 시멘트 가격인하분만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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