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국내 IT업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3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반면, 카카오는 다소 주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2% 증가한 525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은 2조7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9.3%로 3.8%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다.
네이버의 이러한 성과는 최수연 대표 취임 이후 추진한 비용 효율화 정책이 성과를 거둔 것이란 분석이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의 합리적 통제, 효율적인 인프라 투자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또한 홈피드, 클립 등 신규 서비스 출시와 기존 플랫폼 개선을 통해 이용자 체류시간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광고 수익이 늘어난 점도 주효했다.
반면 카카오는 3분기 매출 1조9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05억원으로 5%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장 기대치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으나, 네이버와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특히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따른 당국의 중징계 결정 등 대외적 리스크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실적 차이는 콘텐츠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네이버는 일본 라인망가의 호실적에 힘입어 콘텐츠 매출이 4628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특히 웹툰 글로벌 매출이 환율 효과를 제외하고도 13.5% 성장했으며, 유료 이용자당 월평균 결제액(ARPPU)도 14.7% 증가했다.
반면 카카오는 뮤직 부문 매출이 4709억원으로 8% 감소했고, 스토리 부문도 2187억원으로 12% 줄어들었다. 이에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의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선 상태다.
플랫폼과 커머스 부문에서도 네이버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네이버의 서치플랫폼 매출은 9977억원으로 11% 증가했고, 커머스 부문도 7254억원으로 12% 성장했다. 카카오는 플랫폼 부문이 9435억원으로 7% 증가했으며, 커머스 부문은 2151억원으로 8% 성장했다.
양사는 향후 인공지능(AI)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B2B(기업 간 거래)와 B2C(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큐:’(CUE:) 서비스를 통한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도 준비 중이며, AI 기반 맞춤형 쇼핑 기능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내년 1분기 중 구독형 AI 서비스 ‘카나나’의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AI 전략은 주로 B2C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AI 전략이 각자의 사업 기반과 결합해 차별화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카카오는 메신저와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AI 사업의 성과는 국내 내수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계풍 기자 kp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