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문수아 기자] 홈쇼핑 업계가 TV 시청 인구가 감소하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탈 TV’ 전략을 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전환에 강 드라이브를 걸면 각종 비용 지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TV에만 매달려서는 외형 성장도 이루지 못하는 신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분기 4대 홈쇼핑사(CJ온스타일ㆍGS샵ㆍ롯데홈쇼핑ㆍ현대홈쇼핑)들이 승자 없는 실적을 냈다. 패션과 뷰티 등 고수익 상품군에 집중했지만,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 개선도 이루지 못한 곳이 많았다.
CJ온스타일은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매출은 11.2% 증가한 3338억원, 영업이익은 29.6% 증가한 92억원으로 집계됐다. ‘최화정 쇼’와 같은 기존 대형 IP(지적재산) 프로그램에 지난 8월 말 한예슬, 소유 등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모바일 라이브쇼를 새롭게 선보인 효과다. 전체 취급고(판매한 상품 가격의 총 합)는 8817억원으로 3.5% 감소했지만,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취급고는 88.6% 성장했다. 다만, 신규 모바일 라이브쇼 론칭과 대규모 할인행사 등에 비용이 투입되면서 4사 중 영업이익은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기 30% 성장했는데도 최저 수익성을 기록한 것이다.
GS샵은 매출(2510억원, -3.4%)과 영업이익(186억원, -2.7%)이 모두 줄었다. 영업이익은 가장 많았지만, 매출은 3위에 그쳤다. 홈쇼핑 4사 중 가장 먼저 인터넷과 모바일 전환에 나섰는데, 인터넷 취급고(6228억원)가 2.5% 감소했다. 취급고를 공개한 3사 중 인터넷 취급고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롯데홈쇼핑은 매출과 영업이익만 공개했다. 지난해 7월까지 새벽방송이 중단됐던 영향으로 영업이익(98억원)은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은 2081억원으로 5.2% 줄었다. 4사 중 매출 최하위인데다 감소 폭도 가장 컸다. 현대홈쇼핑은 매출(2558억원)이 0.3% 늘며 체면치레는 했지만, 영업이익(90억원, -2.6%)이 감소했다.
홈쇼핑업계는 승자 없는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탈 TV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생존 전략이 마땅하지 않아서다. 현대홈쇼핑은 ‘숏딜’콘텐츠를 확대하고 방송 시간은 1시간에서 20분 또는 5분 단위로 축소한다. GS샵도 인공지능(AI) 기반의 큐레이션을 도입하고 짧은 동영상 콘텐츠인‘숏픽’서비스를 강화한다. 롯데홈쇼핑도 TV와 모바일 전 콘텐츠에 숏폼을 도입한다. CJ온스타일은 앞서 선보인 모바일 라이브쇼를 활용해 신규 브랜드 유치를 확대한다.
문제는 모바일 전환 속도는 더디고, TV 송출 수수료 부담은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방송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이 71%에 달했다. 이런 구조 탓에 지난해 국내 7개 TV홈쇼핑 업체 전체 영업이익이 34.9%나 줄었다. 수수료 부담이 줄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지면서 방송 송출 중단(블랙 아웃)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 방송에서 출발한 홈쇼핑사들이 모바일로 전환하는 데는 인적 구성, 사업 기획 등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해 극적인 변화가 어렵고 여전히 보조 수단 정도”라며 “송출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새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데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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