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법인격이 다른 두 기업도 단순한 협력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ㆍ사회적 활동 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경영상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여행사인 A사가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사의 직원 B씨는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여행업계 불황과 사업 폐지 등을 이유로 해고되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당시 A사는 C사 한국영업소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었는데, 두 회사는 모두 호주에 본사를 둔 관광업체 아래에서 해외 호텔을 확보해 다른 여행사를 상대로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A사가 주로 아시아 쪽을, C사 한국영업소가 유럽 쪽을 담당하면서 회사별 구분 없이 업무 상황을 확인하며 협업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A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3명뿐인 반면, C사 한국영업소까지 합쳐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경우 상시 근로자 수가 5명을 넘어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지방노동위는 “두 회사는 경영상 분리돼 있고, A사의 상시 근로자 수는 3명으로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B씨의 신청을 각하했다.
반면 중노위가 “두 회사는 인사ㆍ회계 등이 통합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다”며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고 B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A사는 행정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1ㆍ2심도 중노위와 마찬가지로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두 회사 직원들이 C사 한국영업소 지사장을 최상위 책임자로 하는 하나의 통합된 조직으로 편성돼 함께 일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 간의 인적 교류도 이뤄지는 등 사실상 인적ㆍ물적 조직이 통합됐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A사와 C사 한국영업소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두 회사의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의 해고 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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