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법령상 문제없어ㆍ재공고여서 준비시간 ‘충분’
마곡16단지 분양주택 조감도.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초대형 건설공사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초치기’ 입찰 논란에 휩싸였다. 입찰 공고 이후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 제출까지 기한을 주말을 제외하고 단 4일만 부여하면서 정상적인 입찰 준비와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반면, SH공사는 법령을 준수했고, 최초 공고를 포함하면 준비기간이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10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8일 마곡 16단지 공공주택 건설공사(추정가격 1514억원) 입찰을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하면서 PQ 마감 기한을 13일로 명시했다.
서류 준비 기간이 4일밖에 부여되지 않으면서 업계에선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PQ는 입찰 전에 시공경험과 기술능력, 경영상태와 신인도를 종합 평가해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에 입찰참가자격을 주는 제도다. 공사 규모가 크고 난이도가 높은 공사에 대해 검증된 업체를 선별해 부실공사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참여업체는 시공실적, 신용평가등급, 기술능력, 신기술개발 실적, 시공평가결과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PQ 제출 준비 기한이 4일이면 각종 서류에 직인을 날인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공동수급체 구성이다. 통상 종합심사낙찰제 공사는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다. 컨소시엄 대표사는 공동수급체 구성은 물론 공동도급 참여사가 충분한 시공능력이나 경영상태 등 자격을 검증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발주기관은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대해 PQ 준비기간을 최소 2주가량 준다.
실제 마곡 16단지 공공주택 건설공사와 같은 날 조달청이 발주한 강원도의 ‘지방도408호선 무이∼생곡간 도로확포장공사’는 PQ 마감기한이 28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으로 20일이 주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연내 집행을 위해 종심제 공사들을 무더기 발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SH공사의 마곡 16단지 공사 입찰 참여 기회를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년 연말에 몰아치기 발주가 집중되면서 이 시기에 수주를 못하면 회사 경영에 치명상을 입는다”며 “일반 종심제 사업도 아닌 15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에 PQ까지 현장 접수를 해야 하는 데 입찰참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SH공사는 계약법령상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SH공사는 이 사업과 관련 지난 1일 최초 공고를 내고, 공사금액 변경 사유로 기존 공고를 취소했다. 취소 공고 당시에도 8일 재공고하겠다고 밝히는 등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설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공사 규모로 따졌을 때 촉박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최초 공고 전에 이미 건설업계에서는 이 사업 공고가 있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이고, 취소 공고를 하면서 예정 공고 일자도 다 명시해뒀다”며 “입찰참가조건도 전혀 바뀐 게 없다. 업체에서 단순히 오늘부터 5일이라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류 제출 시한을 이렇게 짧게 주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9월 유찰됐던 ‘경부선 천안역사 증축공사’(768억원)를 이달 7일 재공고하면서 PQ 마감기한을 28일로 정한 바 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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