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의정 갈등 국면에서 ‘막말’ 논란 등을 빚어온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취임 반 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대로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협 대의원회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임 회장 불신임(탄핵)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70명, 반대 50명, 기권 4명으로 정족수 150명을 넘김에 따라 가결됐다고 밝혔다.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된 건 1908년 의협 창립 후 두 번째다. 임 회장 탄핵이 현실화되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의협은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의협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은 의정갈등 국면에서 투쟁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올 5월 취임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각종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단체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자신을 비방한 지역의사회 임원을 고소한 후 취하의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의협 내부에서는 9개월째 계속되는 의료대란을 임 회장 체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지난달 29일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임시총회를 소집해 임 회장 불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 전공의ㆍ의대생 단체들이 임 회장 탄핵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잇따라 내면서 임 회장 탄핵 여론에 힘이 실렸다. 의대협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임 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해 왔고 임 회장이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있어 크나큰 절망으로 다가왔다”며 “임 회장을 신뢰할 수 없고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 불신임을 계기로 답보상태이던 의정갈등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대란의 핵심에 있는 전공의들이 임 회장과 마찰을 빚으면서 의료계 의견이 한 데 모이기 힘든 구도였기 때문이다.
특히 박단 대전협 위원장은 그동안 임 회장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8일 낸 입장문에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임 회장 탄핵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오는 11일 출범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우선은 ‘여의정’ 형태로 출범하게 됐다. 일각에선 ‘임현택 집행부’가 와해됨에 따라 협의체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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