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막힘 치료제 ‘페닐에프린’의 효과성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편의점 필수 상비약이자 액상 종합감기약 1위 동화약품의 ‘판콜에이’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30여년간 코막힘 치료제의 핵심 성분으로 군림해온 페닐에프린을 일반의약품(OTC) 성분 목록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해 FDA 자문위원회가 “경구용 페닐에프린의 효과가 없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FDA의 이 같은 결정은 연간 2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동화약품 ‘판콜에이’, 코오롱제약 ‘코미시럽’, GSK ‘테라플루나이트’ 등이 페닐에프린을 주요 성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업계의 시선은 동화약품에 쏠린다. 동화약품의 ‘판콜에이’는 지난해 51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액상형 종합감기약 시장 1위를 지켰다. 편의점 매출만도 164억원에 달한다. FDA의 이번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한 종합감기약은 동아제약의 ‘판피린티’ 단 한 종만 남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의 결정은 시장 구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특히 ‘판콜에이’의 경우 제품 리뉴얼이나 성분 변경 등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판콜은 판콜에이 외에도 약국에서 판매하는 성인용 종합감기약 ‘판콜에스’와 어린이 감기약 ‘판콜아이콜드 시럽’ 등 3종이다.
동화약품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FDA의 최종 결정 전까지 관련 제품의 생산·판매를 지속하되, 대체 성분 연구 개발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아제약 ‘판피린’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판피린(판피린큐, 판피린티)은 2022년 483억원, 2023년 47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오랫동안 액상 종합감기약 1위 자리를 지켜왔던 판피린은 판콜에이와 함께 편의점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2022년부터 2등으로 밀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보도 주목된다. FDA의 의약품 관련 결정이 각국 규제당국의 정책 방향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국내 감기약 시장의 향방이 식약처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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